2026년 0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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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이 보이지 않는 일은 사람을 공허하게 만든다

생각 정리
KKingmo

Changmo Oh

@KKi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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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직장을 고를 때 연봉, 회사 이름, 복지, 안정성 같은 조건을 먼저 본다.

물론 그런 조건들은 중요하다. 돈은 현실이고, 회사의 안정성이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이름값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막상 일을 오래 해보면, 사람을 버티게 만드는 것은 단순히 조건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연봉이 높아도 계속 다니기 힘든 회사가 있고, 일이 많아도 이상하게 버틸 수 있는 회사가 있다.

그 차이를 설명하는 기준 중 하나가 바로 목적이다.

여기서 말하는 목적은 거창한 사명감만을 뜻하지 않는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큰 비전이나, 매일 가슴 뛰는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물론 그런 목적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모든 일이 그렇게 대단한 의미를 가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일에서의 목적은 조금 더 현실적인 감각에 가깝다.

내가 하는 일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아는 것.

내 시간이 무엇을 위해 쓰이고 있는지 납득할 수 있는 것.

내가 맡은 일이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는 것.

이 일이 적어도 나에게 완전히 무의미하게 느껴지지는 않는 것.

그런 감각들이 모여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을 조금 더 오래 붙잡을 수 있게 된다.

목적이 없는 일은 처음부터 힘든 것은 아닐 수 있다. 해야 할 일이 있고, 월급이 나오고, 하루하루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으면 당장은 굴러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은 묻게 된다.

내가 지금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이 일이 어디에 기여하고 있는지.

내가 쓰는 시간과 에너지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 질문에 아무 답도 찾을 수 없을 때, 일은 점점 공허해진다.

사람은 단순히 바빠서만 지치는 것이 아니다. 바쁜 와중에도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납득할 수 있으면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반대로 아무리 일이 편해도, 그 일이 나에게 아무 의미도 남기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사람은 서서히 무기력해진다.

목적은 일을 쉽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목적이 있다고 해서 일이 항상 즐거워지는 것도 아니고, 피곤함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하기 싫은 일은 여전히 있고, 반복적인 일도 있으며, 예상치 못한 문제도 계속 생긴다. 하지만 목적이 있으면 힘든 일을 견디는 방식이 달라진다.

왜 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일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지는지 알고, 그 일이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는 감각이 있으면 같은 일도 다르게 느껴진다. 단순히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어느 정도 납득하고 감당하는 일이 된다.

반대로 목적이 보이지 않는 환경에서는 작은 피로도 더 크게 느껴진다.

일을 해도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고, 결과물이 왜 필요한지 알 수 없고, 조직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도 분명하지 않다면 사람은 쉽게 지친다. 계속 움직이고는 있지만 방향을 잃은 느낌이 든다.

목적이 없는 조직은 일을 많이 시킬 수는 있어도, 사람이 깊이 몰입하게 만들기는 어렵다.

구성원에게 목표를 말하지 않고 결과만 요구하는 조직이 있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설명하지 않고 속도만 요구하는 조직이 있다. 회사의 방향과 개인의 일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주지 않은 채, 책임감과 주인의식만 기대하는 조직도 있다.

그런 환경에서는 사람이 오래 좋은 상태로 일하기 어렵다.

목적은 위에서 멋진 말로 선언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회사의 비전 문구가 그럴듯하다고 해서 구성원이 자동으로 의미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회의실 벽에 붙어 있는 문장이나 홈페이지에 적힌 슬로건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요한 것은 그 목적이 실제 일의 방식과 연결되어 있는지다.

말로는 고객을 위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고객의 불편을 외면한다면, 그 목적은 공허하다.

말로는 구성원을 존중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사람을 소모품처럼 대한다면, 그 목적은 믿기 어렵다.

말로는 좋은 제품을 만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빠른 출시와 숫자만 앞세운다면, 그 목적은 쉽게 흐려진다.

목적은 말보다 일의 방식에서 드러난다.

무엇을 중요하게 보고,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떤 문제를 그냥 넘기지 않는지에 따라 조직의 진짜 목적이 보인다. 그래서 좋은 목적은 추상적인 문장이 아니라, 매일의 선택 속에서 확인되는 기준에 가깝다.

개발자로 일하는 관점에서도 목적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기능을 만드는 것과, 그 기능이 왜 필요한지 알고 만드는 것은 다르다. 사용자가 어떤 불편을 겪고 있는지, 이 기능이 어떤 문제를 줄여주는지, 내가 만든 코드가 어떤 경험으로 이어지는지 이해할 때 일의 밀도는 달라진다.

코드는 결국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

물론 모든 기능이 대단한 혁신일 필요는 없다. 작은 수정 하나, 불편한 흐름 하나를 줄이는 일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는 일이 어떤 문제와 연결되어 있는지 아는 것이다.

그 연결이 보이지 않으면 일은 쉽게 작업 목록이 된다. 하나 끝내고, 또 하나 처리하고, 다시 다음 일을 받는 과정만 반복된다. 겉으로는 바쁘게 움직이지만, 안쪽에는 무엇이 쌓이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그런 상태가 길어지면 사람은 일에 마음을 덜 쓰게 된다.

물론 일에서 항상 큰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일이 내 가치관과 완벽하게 맞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일은 생계를 위해 하는 것이고, 어떤 일은 커리어를 위해 견디는 것이며, 어떤 일은 지금 당장 선택지가 많지 않아서 감당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것도 현실이다.

다만 적어도 내가 오래 머물 일이라면, 그 안에서 어느 정도는 납득 가능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이 일이 나에게 무엇을 남기는지, 이 시간을 보낸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완전히 놓치지 않아야 한다.

목적은 꼭 회사가 전부 제공해주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의미를 찾고, 어떤 사람은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데서 의미를 찾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쌓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는다. 또 어떤 사람은 가족을 책임지는 현실적인 이유에서 목적을 찾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 목적이 나에게 납득되는가다.

남들이 보기에는 작아 보여도, 나에게 분명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목적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겉으로는 멋져 보여도, 나 자신이 전혀 납득하지 못한다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일을 선택할 때 단순히 조건만 보지 않으려 한다.

그 회사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실제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내가 맡을 일이 어떤 문제와 연결되어 있는지 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 목적이 말뿐인지, 실제 일의 방식 속에서도 드러나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내가 원하는 목적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매일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도 아니고, 모든 순간 의미를 느끼며 일하고 싶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내가 쓰는 시간과 에너지가 완전히 공허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으면 한다.

일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 시간을 가장 많이 쓰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간 안에서 최소한의 목적은 필요하다.

목적이 보이지 않는 일은 사람을 공허하게 만든다.

반대로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납득할 수 있는 일은, 조금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준다.

나는 나를 단순히 소모시키는 일이 아니라, 내가 쓰는 시간의 방향을 어느 정도는 납득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내가 하는 일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고, 그 안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

그런 환경에서 더 오래 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