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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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지 못하는 일은 결국 사람을 멈추게 만든다

생각 정리
KKingmo

Changmo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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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지 못하는 일은 결국 사람을 멈추게 만든다

사람들은 흔히 직장을 고를 때 연봉, 회사 이름, 복지, 안정성 같은 조건을 먼저 본다.

물론 그런 조건들은 중요하다. 돈은 현실이고, 회사의 안정성이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이름값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막상 일을 오래 해보면, 사람을 버티게 만드는 것은 단순히 조건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연봉이 높아도 계속 다니기 힘든 회사가 있고, 일이 많아도 이상하게 버틸 수 있는 회사가 있다.

그 차이를 설명하는 기준 중 하나가 바로 성장과 숙련이다.

여기서 말하는 성장·숙련은 단순히 승진하거나 연봉이 오르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물론 직급이 올라가고, 보상이 커지고, 더 좋은 기회를 얻는 것도 성장의 일부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성장·숙련은 조금 더 안쪽에 있는 감각에 가깝다.

어제보다 조금 더 잘하게 되는 감각.

예전에는 막막했던 일이 이제는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하는 감각.

처음에는 오래 걸리던 일을 더 명확한 기준과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감각.

실수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내 안에 판단 기준이 쌓여가는 감각.

그런 변화들이 모여 사람은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다.

일은 단순히 시간을 쓰는 행위가 아니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쓰는 만큼, 그 안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있다는 감각이 필요하다. 아무리 바쁘게 일해도 남는 것이 없고, 시간이 지나도 내 안에 실력이 쌓이고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 사람은 쉽게 지친다.

바쁘다고 해서 반드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바쁘기만 한 환경에서는 성장할 여유가 사라지기도 한다. 계속 급한 일만 처리하고, 문제를 깊게 이해할 시간도 없고, 내가 한 일을 돌아볼 시간도 없다면 일은 경험이 아니라 소모가 된다.

숙련은 반복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같은 일을 오래 한다고 해서 반드시 더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반복 속에서 생각하고, 실수의 원인을 보고, 더 나은 방식을 고민하는 일이다. 이전보다 조금 더 나은 기준을 세울 때 비로소 숙련이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성장하는 환경은 단순히 일이 많은 곳이 아니다.

적절한 난이도의 일이 있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조금씩 더 어려운 문제를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실수했을 때 무조건 혼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내가 잘하고 있는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알 수 있도록 피드백이 있는 곳이다.

반대로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은 사람을 정체시킨다.

매일 같은 방식으로만 일해야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고,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없고, 피드백도 없고, 더 나은 기준을 경험할 기회도 없다면 사람은 점점 멈춘다.

처음에는 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익숙한 일만 하고, 크게 부딪힐 일이 없고, 새로운 부담도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편안함은 안정감이 아니라 정체감으로 바뀔 수 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시간은 지나가는데 나아지고 있다는 감각이 없고, 일을 오래 했는데도 내 안에 남는 실력이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성장이 없는 일은 당장 몸을 힘들게 하지는 않아도, 장기적으로는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지금의 내가 앞으로도 계속 지금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일에 대한 의욕은 점점 줄어든다.

물론 모든 일이 매일 새롭고 의미 있을 수는 없다.

어떤 일은 반복적이고, 어떤 기간은 버티는 것 자체가 필요한 순간도 있다. 늘 성장하는 감각만 받으며 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반복 속에서도 내가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는지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기준이 높아지고 있는지.

문제를 보는 눈이 넓어지고 있는지.

예전보다 더 적은 시행착오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지.

내가 맡을 수 있는 책임의 범위가 조금씩 커지고 있는지.

이런 변화가 있다면 반복도 성장의 과정이 될 수 있다.

개발자로 일하는 관점에서도 이 감각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코드를 많이 짠다고 해서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다. 문제를 어떻게 나누고, 어떤 구조로 풀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만든 결과물이 시간이 지나도 유지될 수 있는지,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지, 변경에 견딜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처음에는 기능을 완성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단순히 돌아가는 코드를 넘어서 더 좋은 구조, 더 읽기 쉬운 코드, 더 안정적인 방식,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생각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숙련이 생긴다.

숙련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쉽게 해내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무엇이 어려운지 더 정확히 아는 사람이 되는 것에 가깝다. 예전에는 대충 넘겼던 문제를 이제는 그냥 넘기지 못하고, 보이지 않던 위험을 미리 보고, 선택의 결과를 더 넓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성장과 숙련은 단순한 자신감과 다르다.

진짜 숙련은 오히려 더 신중한 태도를 만든다.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게 되고, 쉽게 단정하지 않게 되며,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계속 배우게 된다.

좋은 조직은 사람이 숙련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무조건 빠르게만 하라고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실패를 단순히 개인의 부족함으로만 몰아가지 않고, 다음에는 무엇을 다르게 해야 하는지 같이 본다. 일을 끝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 일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남길 수 있게 한다.

반대로 좋지 않은 환경은 당장의 결과만 요구하고, 사람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는 보지 않는다. 계속 급한 일만 던지고, 기준은 알려주지 않고, 피드백 없이 결과만 평가한다. 그런 곳에서는 일을 많이 해도 실력이 쌓이기보다 피로만 쌓인다.

나는 앞으로 일을 선택할 때 단순히 편한지만 보지 않으려 한다.

너무 힘들고 사람을 갈아 넣는 환경은 당연히 피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편안함 역시 오래 머물기 좋은 환경은 아닐 수 있다.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머물렀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내가 멈춰 있었다면 그것도 위험한 일이다.

결국 내가 원하는 일은 나를 조금씩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일이다.

매일 대단한 성취를 원한다는 뜻은 아니다. 매 순간 빠르게 성장하고 싶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시간이 지났을 때, 내가 예전보다 조금 더 넓게 보고, 더 정확히 판단하고, 더 나은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

성장은 거창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어제보다 조금 덜 헤매는 것.

같은 실수를 조금 덜 반복하는 것.

예전에는 몰랐던 기준을 하나 더 알게 되는 것.

내가 맡은 일을 조금 더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

그런 작은 변화들이 쌓여 결국 숙련이 된다.

그래서 나는 성장할 수 없는 일에 너무 오래 머물고 싶지 않다.

일은 단순히 버티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만들어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내가 하는 일이 나를 계속 소모시키기만 하는지, 아니면 조금씩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는 나를 지치게만 하는 일이 아니라, 나를 조금씩 더 나아지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

시간이 지났을 때, 그 시간을 보낸 내가 이전보다 조금은 더 숙련된 사람이 되어 있을 수 있는 일.

그런 환경에서 더 오래 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