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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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이 없는 일은 결국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생각 정리
KKingmo

Changmo Oh

@KKi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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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직장을 고를 때 연봉, 회사 이름, 복지, 안정성 같은 조건을 먼저 본다.

물론 그런 조건들은 중요하다. 돈은 현실이고, 회사의 안정성이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이름값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막상 일을 오래 해보면,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것은 단순히 연봉이 낮거나 일이 많아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연봉이 높아도 버티기 힘든 회사가 있고, 일이 많아도 이상하게 계속 다닐 수 있는 회사가 있다.

그 차이는 단순히 업무량이나 보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람이 일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더 복합적인 조건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자율성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율성은 마음대로 일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하기 싫은 것은 피하는 자유가 아니다. 규칙을 무시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일에서의 자율성은 책임을 가진 사람으로서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여지에 가깝다.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 것인지, 어떤 순서로 일을 처리할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할 것인지에 대해 최소한의 선택권이 있는 상태. 그리고 그 판단을 조직이 어느 정도 믿어주는 상태.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자율성이다.

자율성이 없는 환경에서는 사람은 쉽게 지친다.

모든 것을 허락받아야 하고, 작은 결정 하나에도 눈치를 봐야 하며, 결과보다 절차를 맞추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스스로 생각해서 더 나은 방법을 찾아도 “그냥 하던 대로 해”라는 말로 막히는 환경에서는 일에 대한 의욕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람은 단순히 일을 많이 해서만 지치는 것이 아니다.

내가 판단할 수 없고, 내 의견이 반영되지 않으며, 내가 하는 일이 그저 지시를 수행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 더 크게 지친다. 몸은 바쁜데 생각은 갇혀 있는 상태가 된다. 일을 하고 있지만, 내 역량을 제대로 쓰고 있다는 감각은 들지 않는다.

특히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사람에게 자율성은 더 중요해진다.

처음에는 시키는 일을 정확히 해내는 것만으로도 배울 것이 많다. 기준을 익히고, 조직의 방식에 적응하고, 실수를 줄이는 과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자신만의 기준과 방식이 생기기 시작하면, 사람은 단순한 실행자가 아니라 판단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그런데 계속해서 모든 것을 위에서 정하고, 개인의 판단을 믿지 않고, 사소한 방식까지 통제하려 한다면 사람은 성장하기 어렵다.

생각할 여지가 없는 곳에서는 책임감도 깊어지기 어렵다. 어차피 말해도 바뀌지 않는다고 느끼면 의견을 내지 않게 된다. 어차피 정해진 대로 해야 한다고 느끼면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지 않게 된다. 책임은 져야 하지만 권한은 없다고 느끼면, 사람은 일에 마음을 덜 쓰게 된다.

이것이 자율성이 부족한 환경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책임은 요구하면서 권한은 주지 않는 것. 결과는 바라면서 판단은 믿지 않는 것. 주인의식은 원하면서 실제로는 지시받는 사람처럼 다루는 것.

이런 환경에서는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사람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

물론 자율성에는 책임이 따른다.

자율성이 있다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책임이 필요하다. 내가 선택한 방식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선택이 왜 필요한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하며, 결과에 대해서도 회피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좋은 자율성은 방임과 다르다.

방임은 방향도 기준도 없이 그냥 알아서 하라고 던져놓는 것이다. 반면 건강한 자율성은 목표와 기준은 명확하지만, 그 목표에 도달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구성원을 믿어주는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분명하지만, 어떻게 할지는 스스로 고민할 수 있는 환경. 문제가 생겼을 때 무조건 질책하기보다,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함께 돌아볼 수 있는 환경. 그런 곳에서 사람은 더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다.

좋은 회사나 좋은 팀은 사람을 세세하게 통제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공간을 남겨주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일하는 사람을 계속 의심하고 감시하는 조직에서는 결국 최소한의 일만 하게 된다. 반대로 사람을 믿고, 실패하더라도 배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조직에서는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다.

자율성은 편하게 일하기 위한 조건이 아니다.

오히려 더 제대로 일하기 위한 조건이다.

사람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고 느낄 때 더 책임감을 가진다. 자신의 의견이 반영된다고 느낄 때 더 깊게 고민한다. 자신이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판단하는 사람으로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 더 오래 버틸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일을 선택할 때 연봉이나 회사 이름만 보지 않으려 한다.

그 회사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일을 맡길 때 어느 정도의 판단권을 주는지, 의견을 냈을 때 실제로 들으려 하는지, 책임과 권한이 균형 있게 주어지는지를 보려고 한다.

내가 원하는 자율성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내가 맡은 일 안에서 생각할 수 있는 여지, 판단할 수 있는 권한, 더 나은 방식을 제안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한다.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책임지는 사람으로 일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에서 더 오래 성장하고 싶다.